혁신을 가져오는 최적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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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혁신을 가져오는 최적 조건

 

<총균쇠>의 후기에서 중국, 인도, 유럽의 역사를 비교한 나는(다이아몬드), 모든 나라들에 기술적인 혁신 양상을 적용시켜 봄으로써 ‘인간 단체는 어떤 형태가 최적인가?’를 질문에 대답하고자 한다. 책의 앞부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나는 지리적으로 분열된 유럽에서는 정치적 집단 사이의 경쟁이 혁신을 자극한 반면, 통합된 중국에서는 그러한 경쟁의 부재가 혁신을 주춤하게 했다고 추론했다. 그렇다면 유럽보다 정치적 분열의 정도가 더 심하면 더 좋아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인도는 지리적으로 유럽보다 훨씬 더 분열되어 있었지만 기술적으로는 덜 혁신적이었다. 나는 이를 보며 ‘최적 분열의 법칙’을 연상했다. 즉, 혁신은 분열이 최적에서 중간 정도에 머문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지나치게 통합되었거나 너무 분열된 사회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추론은 세계의 각 나라와 산업의 경제 비교 연구를 수행하는, 워싱턴D.C.에 위치한 선도적인 자문 회사 맥킨지 글로벌 연구사의 빌 루이스와 다른 경영진을 생각나게 했다. 그들 경영진은 그들의 사업 경험과 나의 역사적 추론 사이에서 발견한 유사점에 감명을 받아 수백 명의 동업자에게 <총균쇠>의 사본을 보냈고, 나에게는 미국, 프랑스, 독일, 한국, 일본, 브라질 등의 경제에 관한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 사본을 보냈다. 그들은 또한 혁신 촉진을 위한 경쟁의 역할과 적절한 단체의 크기를 연구했다. 내가 맥킨지의 실무진과 나눈 대화와 그들의 보고서에서 추출한 결론을 쓰도록 하겠다.

 

미국인들은 종종 독일과 일본의 산업 생산성이 미국의 산업을 능가할 정도로 대단히 효율적이라는 환상을 가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모든 산업 분야의 생산성은 평균적으로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다. 그러한 중요한 것은 그 평균 수치가 조직의 차이와 관련해 각 나라의 산업 사이에 커다란 차이점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 차이는 매우 의미가 있는데, 독일의 맥주 산업과 일본의 식품 가공 산업을 보고한 맥킨지의 사례 연구에서 두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독일의 맥주는 정말 맛이 있다. 아내와 내가 독일을 방문하려고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우리는 빈 여행 가방을 하나 가져간다. 거기에 독일 맥주를 넣어서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그 다음 해 내내 마시기 위해서다. 그러나 독일 맥주 산업의 생산성은 미국 맥주 산업의 약 43%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독일의 금속 가공과 철강 산업은 미국과 생산성과 동등하다. 산업의 조직화를 완벽히 갖춘 이후에도 왜 독일인들은 맥주에 그 결과를 적용하지 않는 걸까?

 

소규모 생산을 고집한 독일의 맥주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에는 1000여 개의 작은 맥주 회사가 있는데, 각 양조장은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서로 경쟁을 피할 수 있으며 수입 경쟁에서도 보호받는다. 미국에는 연간 230억 리터의 맥주를 생산하는 67개의 거대 맥주 양조장이 있다. 독일 내 1000여 개 모든 양조장을 합쳐도 그 양의 절반 정도만을 생산한다. 그래서 미국 양조장은 독일 양조장보다 평균 31배나 더 많은 맥주를 생산한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적 성향과 독일 정부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맥주를 즐기는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지역 상표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버드와이저나 밀러, 쿠어스 같은 국가 브랜드가 없다. 대부분의 독일 맥주는 양조된 공장의 50㎞ 내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독일의 맥주 산업은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창출할 수 없다. 다른 사업에서처럼 맥주 사업에서도 생산 단가는 규모에 비례해 크게 떨어진다. 맥주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양을 냉장 보관할수록 맥주병을 채우는 작업 라인이 길어지고, 맥주를 제조하는 가격은 낮아진다. 경쟁이 없고 겨우 1000개의 지역을 각각 독점할 뿐인 독일의 작은 맥주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독일의 애주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 맥주에 품는 긍지는, 외국 맥주가 독일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독일 법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독일 정부는 첨가 가능한 맥주 성분을 정확히 표시해야 하는 소위 ‘맥주 순도법’을 제정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정부가 제정한 수도 명세는 미국, 프랑스, 스웨덴 양조장이 아니라 독일 양조장에서 맥주에 주로 섞는 성분을 기준으로 한다. 이런 법 때문에 독일로 수출을 꾀하는 외국 맥주는 많지 않다. 더불어 이러한 비효율성과 높은 가격 때문에 맛 좋은 독일 맥주는 예상보다 훨씬 적은 양이 수출된다(독일의 뢰벤브라우 맥주를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다고 반박하기 전에 미국에서 마시는 그 병의 상표를 읽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그것이 독일이 아닌, 생산성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북아메리카의 큰 공장에서 인가를 받아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을 테이니 말이다).

 

독일의 비누 사업과 가전 산업 역시 이와 비슷하게 비효율적이다. 그들의 회사는 서로 경쟁하지 않고 외국과의 경쟁에도 노출되지 않았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최고로 인정받은 기술을 습득하지 않는다(당신이 독일산 텔레비전을 마지막으로 샀을 때는 언제인가?). 하지만 독일의 금속과 철강 산업에는 이런 단점이 통용되지 않았다. 이 업종에 종사하는 거대한 독일 회사들은 자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경쟁해야 하므로 최고의 국제적 기술을 습득해야 했다.

 

내가 맥킨지 보고서에서 가장 선호하는 다른 예는 일본 식품 가공 산업에 관한 것이다. 미국인은 일본의 효율성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부 산업에서는 아니다. 일본의 식품 가공 산업의 효율성은 미국의 32%에 불과하다. 인구가 일본의 두 배인 미국에 단지 21000개의 식품 가공 회사가 있는데 비해 일본의 식품 가공 회사는 67000개에 달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식품 가공 회사는 그 규모가 일본의 회사보다 평균적으로 여섯 배나 큰 것이다. 왜 일본의 식품 가공 산업은 독일의 맥주 산업처럼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점하는 작은 화사들로 구성되는가? 기본적으로 지역적 성향과 정부의 정책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본인은 신선한 음식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파는 우유의 유통기한은 하루이다. 나와 아내가 아내의 일본인 사촌 한 명과 함께 도쿄의 슈퍼마켓에 들렀을 때, 우리는 일본의 우유 유통 기한이 3일로 기재된 것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유가 제조된 날짜, 슈퍼마켓에 도착한 날짜, 그리고 유통 기한 하루를 합해 3일이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침에 상점으로 보낸 우유가 오늘의 우유로 분류될 수 있도록 항상 자정에서 1분이 지난 후에 우유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만약 우유가 밤 11시 59분에 생산되었다면, 용기의 날짜는 그 우유가 전날 만들어진 것으로 표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본 소비자들은 누구도 그것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식품 가공 회사는 지역 독점의 이득을 본다. 우유를 수송하는 데 하루나 이틀이 더 걸리게 되면 소비자의 눈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비치기 때문에, 일본 북부의 우유 생산자는 일본 서부에서 그 지역의 우유 생산자와 경쟁할 수 없다. 이런 식의 지역 독점은 일본 정부에 의해 강화된다. 일본 정부는 검역 격리 기간 열흘을 포함한 여러 제한을 둠으로써 외국산 가공식품 수입을 방해한다(하루로 표시된 음식도 피하는 일본 소비자들이 열흘이나 된 식품을 어떻게 느낄지 상상해 보라). 그러므로 일본의 식품 제조 회사들은 자국이나 해외 업체들 간의 경쟁에 노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본 업체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최상의 식품 제조 방식을 배우지 않는다. 그 부분적인 결과로, 일본의 식료품 가격은 매우 높다. 최상품 소고기가 1㎏ 당 400달러이고 닭고기는 1㎏ 당 50달러에 이르니 말이다.

 

일본의 다른 산업은 식품 가공업과는 매우 다른 조직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의 철강, 금속, 자동차, 자동차 부품, 카메라, 가전제품 업체들은 지독한 경쟁을 해서 미국 회사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 하지만 일본의 비누, 맥주, 컴퓨터 산업은 식품 가공 산업처럼 경쟁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최상의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따라서 미국의 유사 산업보다 생산성이 낮다.

 

마지막으로 미국 내 여타 산업 지역이나 사업과 비교해서 이 교훈을 적용해 보자. <총균쇠>의 출간 이후 나는 실리콘 밸리와 루트 128 산업단지의 사람들과 여러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니누었는데, 그들은 나에게 이 두 산업 지역 내 회사들의 성격이 꽤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는 서로 맹렬하게 경쟁하는 다수의 회사들로 이루어졌지만 각 회사 사이에는 아이디어와 사람,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 서로 협력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반대로 루트 128에 위치한 사업체는 일본의 우유 회사들처럼 서로 훨씬 더 많은 비밀과 장벽을 만든다고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이비엠의 차이는 무엇일까? <총균쇠>가 나온 후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친구들을 사귀었고 회사 특유의 조직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부서 간의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5명에서 10명으로 구성된 여러 부서는 치밀하게 관리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들만의 생각을 추구할 수 있는 상당한 자유가 허용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경쟁이 잦고, 반 독립적인 여러 부서로 나누어진 마이크로소프트의 독특한 구조는, 폐쇄적인 조직 구조로 인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력의 손실을 초래한 아이비앰과 대조적이다. 그 후 아이비앰은 기존의 조직을 획기적으로 바꿀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영입해,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과 좀 더 비슷해져 결과적으로 혁신을 가져왔다

 

이 모두는 단체 조직에 관한 일반적인 원리를 추출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만약 당신의 목표가 혁신과 경쟁의 가능성이라면 당신은 과도한 통합이나 개별화를 원치 않을 것이다. 대신 당신의 나라, 산업, 산업 지역, 회사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면서 서로 경쟁할 수 있는, 50개 주가 각각 고유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미국의 연방 정부 체계와 같은 단체로 나눠지기를 원할 것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664-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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