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 & 팀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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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위대한 질문: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에덴의 동쪽」 & 팀쉘

 

가인과 아벨 이야기는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ek)에 의해 유명해졌다. 그의 소설 「에덴의 동쪽」은 제임스 딘이 주연이었던 <에덴의 동쪽>이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살리나스에서 태어난 스타인벡은 대공황을 겪은 1930년대에 활동한 사회현실주의 작가다. 그는 만년의 대작이랄 수 있는 「에덴의 동쪽」에서 인간의 원죄와 그 짐을 지고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운명을 묘사한다. 스타인벡은 이 작품을 “내 평생의 모든 것은 이 작품을 위한 연습입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에덴의 동쪽」의 주제는 선과 악의 대결이다. 스타인벡은 주인공의 이름을 통해서 선과 악의 상징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선의 상징을 아벨(Abel)로, 악의 상징을 가인(Cain)으로 해석한 그는 자신의 소설 안에서 ‘A'로 시작하는 이름의 인물은 선의 상징으로, ’C'로 시작하는 이름의 인물은 악의 상징으로 표시한다. 그러므로 주인공인 애덤(Adam)은 선의 상징, 찰스(Charles)와 캐시(Cathy)는 악의 상징이다. 캐시는 냉담하고 잔인한 이기주의자다.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죽이고 집을 떠난 그녀는 포주에게 두들겨 맞아 아담과 찰스의 대문 앞에 쓰러진 채 발견된다. 찰스는 그녀를 거절하지만 애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와 결혼한다.

 

애덤은 임신한 캐시와 살리나스 계곡 해밀턴 목장 근처에 도착한다. 애덤에겐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삶이었다. 그러나 캐시는 캘리포니아 농촌에 남아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살아가는 하는 삶을 혐오했다. 캐시는 쌍둥이를 출산한 뒤 남편 애덤의 어깨에 총을 쏘고는 도망가 버린다. 총상은 회복되었지만 심한 우울증에 빠진 애덤은 중국요리사 리와 이웃 사무엘 해밀턴의 도움으로 쌍둥이를 키운다. 애덤은 리를 가족처럼 받아들인다. 이들은 종종 한자리에 모여 철학적이며 신학적인 논쟁을 한다. 특히 이들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가인과 아벨 이야기에 집중한다.

 

리는 이 소설에서 지식인으로 등장해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성서를 통해 해석하려 한다. 그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가인과 아벨 이야기가 잘못 번역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자신의 친척들이 2년 동안 고전 히브리어를 공부해 가인과 아벨 이야기를 히브리 원전으로 읽고 핵심 내용을 발견했다고 자랑한다.

 

한편 캐시는 살리나스 도시의 가장 비싼 사창가의 창녀가 된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케이트(Kate)’로 바꾸고는 사창가 여주인을 죽인 뒤 자신이 그곳의 주인이 된다. 그녀는 남편 애덤과 두 아들을 까맣게 잊은 채 생활한다. 애덤의 두 아들인 쌍둥이 칼렙(Caleb)과 아론(Aron) 또한 자신들의 어머니가 실제로 살라나스에 생존해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친절한 이웃 사무엘 해밀턴이 죽고, 애덤의 사업은 악화된다. 아론은 이제 존경받는 사업가가 아니라 웃음거리가 된 아버지를 보고 슬퍼한다. 아른과 칼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간다. 칼렙은 성서의 가인처럼 농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아론은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한다. 불안한 성격의 칼렙은 사람들을 피해 주로 밤에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 있으며 사창가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사무엘 해밀턴의 아들인 윌 해밀턴과 사업을 시작한다. 돈을 벌어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

 

아론은 추수감사절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아론은 목사가 되는 것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아버지에게 신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말하려는 참이었다. 추수감사절 식사를 위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칼렙은 아버지 애덤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1만 5,000달러의 돈을 내놓는다. 그러나 애덤은 그 돈을 받기를 거절하며 이 돈을 벌기 위해 학대한 농부들을 위해 돈을 돌려주라고 말한다.

 

칼렙은 창세기의 가인처럼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한 자신의 화를 아론에게 돌린다. 칼렙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아론을 상상하며 그를 정신적으로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칼렙은 아론을 어머니에게 데리고 간다. 아론은 사창가 여주인인 케이트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케이트는 아론을 보고 자기혐오에 빠져 자살한다. 목사가 되려던 아론은 충격으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끝내 전사하고, 리로부터 아론의 전사 소식을 전해 들은 애덤은 뇌일혈로 쓰러진다.

 

애덤은 칼렙을 ‘팀쉘(Timshel)'이라는 한마디로 용서하고 숨을 거둔다. 여기서 ’팀쉘‘이라는 단어는 「에덴의 동쪽」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배철현, 『신의 위대한 질문』 7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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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멧 아기물티슈 오리지널 캡형

 

팀쉘.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능력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경전 「토라」를 해석할 때, 글자를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성서 구절을 각각의 상황에 적용시켜 다양하게 해석해왔다. 그 해석들을 모은 책을 「미드라시(Midrash)」라 하고, 이러한 해석들 방법을 ‘미드라시적 해석’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미드라시」는 닫힌 책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역동적인 열린 책이다. 「미드라시」는 이를 읽는 독자들 또한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존 스타인벡이 ‘미드라시’라는 용어를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쓴 「에덴의 동쪽」은 가인과 아벨 이야기에 대한 ‘미드라시’이다. 존 스타인벡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처음으로 투쟁한 원초적인 사건인 가인과 아벨 이야기에 끌렸다. 신은 가인에게 “네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였으니, 죄가 너의 문에 도사리고 앉아서, 너를 지배하려고 하니, 너는 그 죄를 잘 다스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스타인벡은 이 마지막 문구 “너는 그 죄를 잘 다스려야 한다.”에 매료당한다. 그는 여러 영역본을 보았지만 만족하지 못하자, 당시 「토라」 문헌의 최고 전문가인 루이스 긴즈버그(Louise Ginsberg)라는 유대학자에게 이 문장의 의미를 문의한다.

 

<창세기> 4장 7절의 “너는 그 죄를 잘 다스려야 한다.”의 히브리 원문은 다음과 같다. “아타 팀슬 보(atta timshol bo)' 이 문장을 영어로 직역하면 ”As for you, you may rule over it)"이며, 한글로 번역하면 “다른 사람이 아닌 네 자신이 그것(네 욕망)을 다스릴지도 모른다.”이다. ‘timshol'이 문장의 마지막에 올 때는 ’팀숄‘로 발음하지만, 뒤에 연달아 단어가 따라올 때는 ’o'가 거의 발음되지 않으므로 ‘팀슬’로 발음되었을 것이다. 스타인벡은 ‘팀슬’을 영어로 ‘timshel(팀쉘)로 음역해 「에덴의 동쪽」에 등장시킨다.

 

스타인벡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팀쉘을 소개한다. 「에덴의 동쪽」에서 이 단어에 대한 정보를 쥐고 있는 자는 중국인 요리사 리다. 스타인벡은 리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소설에서 사무엘은 가족에게 가인과 아벨 이야기를 들려준다. 리는 이 이야기에 푹 빠져 성서의 숨은 의미를 캐내려 한다. 그는 여러 번역본들을 비교한다. ‘흠정역(The King James Version)'에서 신은 가인의 죄를 거뜬히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약속( Thoushalt rule over it)하는 반면, 미국 표준 번역(The American Standard Version)은 “그것을 정복하라(Rule over it)"라는 명령형으로 번역한다. 이 번역은 약속이 아니라 명령이다.

 

이 상반된 의미 때문에 혼란에 빠진 리는 이 단어의 본래 의미를 추적하기로 마음먹는다. 특히 <창세기 4장>에 등장하는 가인과 아벨 이야기를 통해 신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대화속에서 찾아내려 했다. 가인은 영원히 저주를 받았는가? 아니면 마침내 구원을 얻었는가?

 

리는 스타인벡의 철학의 상징이며, 제2의 자아(alter ego)다. 리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 신학을 기초로 한 ‘흠정역’ 번역이나 다른 번역본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중국 철학자와 90세가 넘은 네 명의 유대 히브리 학자들과 함께 팀쉘에 담긴 심오한 의미를 캐내기 시작한다. 2년 동안 히브리어 공부를 한 뒤 그들은 팀쉘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너는 그것을 지배할 수도 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리는 이렇게 말한다.

 

팀쉘, ‘너는 지배할지도 모른다’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우리에게 길이 열려 있다고 말합니다. 이 단어는 바로 우리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할지도 모른다’라는 말에는 자유의지가 숨어 있다. 팀쉘은 자신의 삶과 운명을 지배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리는 계속해서 말한다.

 

‘너는 ~ 할지도 모른다’라는 단어는 인간을 위대하게 해서 신들과 같은 수준으로 만듭니다. 왜냐하면 그의 약함과 더러움 그리고 그의 동생을 살해하는 데 있어서 그는 선택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을 위해 투쟁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스타인벡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는다. 인간은 선을 택해 죄를 지배할 수 있다. 이 해석은 성서 이야기를 올바르게 해석했는가?라는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다. 히브리어 동사는 그 의미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인벡은 단어의 다양한 해석 중 하나를 품어 소설 안에서 풀어낼 것이다.

 

스타인벡은 팀쉘이라는 단어를 통해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완전한 자유의지의 소유자임을 강조한다. 팀쉘은 인간에게 자신의 과거가 어떻든 그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 희망과 구원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촉구한다.

 

<창세기> 4장에서, 동생 아밸을 살해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가인에게 신은 “네 동생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는다. 에덴의 동쪽에 거주하기 시작한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내 존재의 위상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 그것이 동생이든 친구든 이웃이든 그들이 어디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신의 질문에 대해 가인은 통명스럽게 “저는 모릅니다. 내가 내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대답한다.

 

배철현, 『신의 위대한 질문』 7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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