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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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오니아시아 신의 위대한 질문

 

앵무새 죽이기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를 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지.” 이 말은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강직한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가 자신의 딸 스카우트에게 하는 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으로 쌓아올린 지식, 즉 편견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자신의 입장에서 탈출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려는 행위가 곧 배움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1929년에 발생한 미국의 대공항 직후 엘라배마 주 메이콤이라는 시골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 미국의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인 인종과 정의에 대해 다룬다.

 

주인공은 여섯 살 소녀 스카우트 핀치다. 그녀는 오빠 잼과 인권 변호사 아버지와 함께 산다. 스카우트의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스카우트와 젬은 매년 여름 메이콤에 있는 이모 집에 방문하는 딜이라는 소년과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세 아이에게는 신비한 존재가 하나 있다. 집 건너편에 사는 부 래를리라는 이웃이다. 그는 세상과 단절한 채 은둔 생활을 하는 탓에 그를 본 사람은 거의 없으며, 메이콤 주민들은 그와 말 섞기를 기피한다. 아이들은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한다.

 

아버지 애티커스는 젊은 백인 여성을 강간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흑인 톰 로빈슨의 국선 변호사로 임명된다. 인종에 대한 편견으로 오염된 메이콤 주민들은 애티커스를 혐오하게 되고, 그 도시의 아이들은 스카우트와 젬을 “깜둥이 애인”이라며 괴롭힌다. 하지만 어린 스카우트는 아버지의 용기를 존경한다.

 

애티커스는 톰 로빈슨의 재판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판단해 아이들의 방청을 허락하지 않는다. 스카우트와 젬 그리고 딜은 아버지 몰래 재판석에 들어가 전 과정을 지켜본다. 이 재판에서 에티커스는 고소인 메이엘라와 그녀의 아버지인 술주정뱅이 밥 이웰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왜냐하면 메이엘라를 성적으로 학대한 자는 톰 로빈슨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 밥이었기 때문이다. 애티커스는 톰 로빈슨이 흑인이기 때문에 그들이 기소하려 했다는 것을 배심원들에게 설득력 있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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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로빈슨은 자신이 메이엘라를 자주 도와준 이유는 그녀가 불쌍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배심원들은 아연실색한다.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불쌍하게 여긴다는 말을 이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용서나 연민이란 백인들의 전유물이며 흑인들은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관습과 상식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배심원들은 톰 로빈슨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그 후 로빈슨은 감옥에서 총알을 열일곱 발이나 맞고 살해된다. 교도소 경비들은 이에 대해 톰 로빈슨이 탈출을 기도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한다.

 

인간은 옳고 그름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편견이나 선입관을 기초로 혹은 자신이 이익을 위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러한 이기심을 위해 정교한 지식으로 무장한다. 밥 이웰은 톰 로빈슨이 죽자 자신의 성공과 그의 불행에 흡족해한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창피를 준 애티커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그는 애티커스의 얼굴에 침을 뱉고, 판사 테일러 집에 무단 침입하려 했으며, 심지어는 톰 로빈슨의 미망인을 위협한다. 그는 이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자 스카우트와 젬을 칼로 살해하려 한다. 아이들이 학교 할로윈 축제 행렬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격한 밥은 스카우트와 젬에게 칼을 휘두르고 이 과정에서 젬의 팔이 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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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행이도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밥으로부터 그들을 구해준다. 스카우트와 젬은 갑자가 나타난 자가 부 래를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을 보안관이 현장에 도착하고 밥 이웰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보안관은 젬과 부 래를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밥 이웰이 자신의 칼에 찔려 45분 동안 피를 흘리다 죽었다고 보고한다. 스카우트는 자신과 젬의 목숨을 구해준 부 래를리의 현관 앞에서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아빠가 정말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부 래를리 아저씨네 집 현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소설에서 ‘앵무새’는 매우 중요한 상징이다. ‘앵무새’는 젬과 스카우트가 공기총 사용법을 처음 배울 때 아버지 애티커스가 해준 말이다. 애티커스는 그들에게 쏘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한 가지 지켜야 할 사항을 말해준다.

 

“나는 너희들이 뒷마당에서 차라리 깡통을 쐈으면 좋겠다. 너희들이 새들을 쫓아다닐 것을 알고 있지만, 너희가 명중시킬 수 있다면, 원하는 모든 파랑새들에게 총을 쏴 봐,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란 사실이야.”

 

이 소설에서 앵무새는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을 의미하기도 하고, 젬과 스카우트 혹은 부 래를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중심에서 밀려난 약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 사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력과 헌신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쉽게 약탈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 이들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정착한 이후 항상 착취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의 앵무새는 누구인가? 아모스에 나오는 가난한 자, 고아, 과부들이 아니겠는가!

 

배철현, 『신의 위대한 질문』 279-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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