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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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위대한 질문 -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미니수첩 제공

 

판도라의 상자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생을 고해라고 생각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와 함께 고대 그리스인들이 문자로 남긴 최초의 작품은 헤시오도스가 기록한 서사시 『신통기』다. 이 책에 담긴 ‘판도라 상자 이야기’는 인생의 고해와 희망에 대한 내용이다.

 

프로메테우스[‘선견지명(先見之明)’이라는 의미]와 에피메테우스[‘후견지명(後見之明)’이라는 의미]는 올림푸스 신에 대한 반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하 세계인 타르타로스에 감금되는 것을 면했다. 신들은 이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그들을 대신해 노동할 ‘인간’ 창조를 허용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진흙으로 만들고, 아테나는 그 진흙 형상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한편 프로메테우스는 에피메테우스에게 지상의 동물들이 각자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 예를 들어 빠름, 힘, 가죽, 날개 등을 만들어 선사한다. 에피메테우스에게 모든 자질을 주어 인간에게 할애할 자질이 없자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신들처럼 걷게 만들고 선물로 ‘불’을 주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들의 동료인 타이탄들을 지하 세계에 감금한 올림푸스의 신들을 공경하는 대신 인간을 아끼게 된다. 제우스가 인간들에게 신들에게 올릴 동물의 가장 좋은 부위를 바치라고 명령했을 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속이고자 마음먹는다. 프로메테우스는 두 개의 고깃덩이를 준비한다. 하나는 향이 나고 먹음직스러운 기름이 붙어 있는 뼈와 다른 하나는 가죽으로 둘러싸인 고깃덩어리다. 제우는 겉모양을 보고 뼈를 선택한다. 제우스는 앞으로 자신이 선택한 것을 정기적으로 제사 음식으로 받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는 인간으로부터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뼈를 받게 될 운명에 처했다. 제우스는 너무 화가 나 인간 문명의 핵심인 불을 빼앗는다. 프로메테우스는 태양에서 횃불에 불을 붙여 인간에게 건네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우스는 더욱더 화가 나 인간과 프로메테우스에게 돌이길 수 없는 형벌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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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인간에게 고통을 줄 ‘아름다운 악’인 여자를 만들도록 명령한다. 이는 당시 가부장적인 그리스와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듯하다. 흙과 물로 빚어 몸이 완성되고 네 바람이 불이와 생명을 불어 넣자 여자가 창조되었다. 이 여자에게 아프로디테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했고 아테네 여신은 손재주와 은색 가운, 찬란하게 수놓은 베일, 목걸이 그리고 은으로 만든 정교한 왕관을 주었다. 포세이돈은 진주 목걸이를 선물해 바다에 익사하지 않도록 하고, 이폴론은 하프 연주와 노래하는 법을 가르친다. 제우스는 바로 같고 장난기가 많은, 동시에 게으른 본성을 선사했고, 헤라는 치명적인 호기심을 주었다. 헤르메스는 남을 속이려는 마음과 거짓말하는 혀를 선사한다.

 

『신통기』에서 이 여인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이름은 헤시오도스의 또 다른 작품인 『일들과 날들』 590~593행에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그녀가 처음으로 신들과 인간들 앞에 서자 놀라움이 그들을 사로잡았고 남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간교함”이 있었다. 그녀로부터 여성이라는 인종이 나왔다. 그녀는 치명적인 인종이며,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으나 부가 있을 때는 도움이 된다.

 

이 인간의 이름을 ‘모든 선물’이라는 뜻의 ‘판도라’다. 판도라는 첫 여성이며, 처음에 존재했던 인간은 이제 그 상대적인 존재로 남성이 됐다. 헤르메스는 판도라에게 정교하게 만든 상자를 주면서 절대 열지 말라고 명령한다. 그런 후 제우스는 화려한 옷을 입은 판도라를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낸다.

 

프로메테우스는 에피메테우스에게 제우스의 선물인 판도라를 받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만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만다. 그는 신들이 열지 말라는 상자를 바라보면서 호기심으로 가득 차 마침내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게 된다. 상자에서는 인간이 겪어야 할 슬픔, 재난, 불행 등 모든 악들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상자 맨 밑바닥에는 이런 것들과 전혀 다른 한 가지가 들어 있었는데 바로 희망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삶이 고되다 할지라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어 살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배철현, 『신의 위대한 질문』 349-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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