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는 거인의 손에 좌우되지 않았다.총균쇠 2020. 8. 26. 21:25
총 균 쇠: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COUPANG
www.coupang.com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역사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개인적 특이성
특이한 개인의 영향력은 얼마나 큰 것일까? 현대에서 낯익은 예를 찾는다면 1944년 7월 20일에 있었던 히틀러 암살 기도와 그와 동시에 베를린에서 진행된 반란 기도가 아슬아슬하게 실패로 끝났던 일을 들 수 있다. 이 두 사건을 계획한 독일인들은 그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믿고 평화를 되찾으려 했던 것인데, 당시 독일군과 러시아군의 동부 전선은 아직 대부분이 러시아 국경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히틀러는 회의실 탁자 밑에 놓은 서류 가방 속의 시한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부상을 입었다. 만약 그 가방이 히틀러가 앉아 있던 의자 쪽으로 조금만 더 가까이 놓여 있었다면 그는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히틀러가 죽고 제2차 세계 대전이 종식되었다면 오늘날의 동유럽 지도와 냉전의 향방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오히려 더 심각한 숙명적 의미를 갖는 또 하나의 사건은 1930년 여름의 자동차 사고다. 그것은 독일에서 히틀러가 집권한 시기보다 2년 전의 일인데, 당시 그는 ‘사망석(앞좌석 오른쪽의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그가 탄 자동차는 무거운 트레일러 트럭과 마주쳤다. 이 트럭은 히틀러의 자동차와 충돌하여 그를 깔아뭉개기 직전에 정지했다. 히틀러의 정신병이 나치당의 정책과 성공에 미친 영향의 크기를 감안할 때, 만약 그 트럭 운전수가 브레이크를 단 1초만 늦게 밟았다면 제2차 세계 대전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히틀러의 경우처럼 개인적인 특이성으로 역사에 분명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은 그 밖에도 많다. 몇 명만 꼽아본다면 알렉산더 대왕, 아우구스투수, 석가, 예수, 레닌, 마르틴 루터, 잉카 황제 파차쿠티(15세기에 광대한 잉카 제국을 건설함), 마호메트, 정복왕 윌리엄, 줄루 왕 샤카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단순히’ 어쩌다가 그 시기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과연 그들은 실제로 얼마만큼이나 상황을 변화시켰을까? 다음은 이 문제에 대한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의 극단적인 견해이다.
“보편적인 역사, 즉 인간이 이 세상에서 이룬 업적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여기서 활동했던 ‘거인들의 역사’다.”
이것과 반대되는 극단적인 견해는 프로이센의 정치가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주장으로, 그는 칼라일과 달리 정치의 내면세계를 오랫동안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정치가의 일이란, 역사 속에서 걸어가는 신의 발소리를 듣고 그가 지나갈 때 옷자락을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문화적 특이성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특이성도 역사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한 요소다. 어쩌면 바로 그것 때문에 역사는 환경적 요인은 물론이고 그 어떤 원인으로도 일반화시켜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개인적 특이성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아무리 ‘거인 이론’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역사의 가장 광범위한 경향까지 몇몇 거인의 손에 좌우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당시 서유라시아에서 이미 문자를 갖고 식량을 생산하고 철기를 사용하던 여러 국가들의 진로를 조금 바꿔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아직도 문자와 금속기를 갖지 못한 수렵 채집민 부족으로 살아가던 시기에 서유라시아에는 이미 문자를 갖고 식량을 생산하고 철을 사용하는 국가들이 들어섰다는 사실과 알렉산더 대왕은 아무 상관도 없다. 다만 특이한 개인들이 역사에 미친 영향이 실제로 얼마나 폭넓고 지속적인 것이냐 하는 문제는 아직 미해결 상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612-614
COUPANG
쿠팡은 로켓배송
www.coupang.com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총균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다. (0) 2020.08.26 원주민들이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0) 2020.08.26 유럽의 만성적 분열과 중국의 만성적 통일 (0) 2020.08.24 중국은 어쩌다 기술의 선도자 위치를 유럽에 추월당했을까? (0) 2020.08.24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유럽에 추월당한 불운의 과정 (0) 202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