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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이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총균쇠 2020. 8. 26. 21:29
총 균 쇠: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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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이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같은 질문을 통하여 우리는 지리적 연결성이 기술 발전에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적당히 연결되어 있는 곳, 다시 말해서 연결성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은 곳에서 기술은 가장 빠르게 발전했을 것이다. 지난 1000년간 중국과 유럽, 인도아대륙에서 진행된 기술의 발전 과정은 연결성이 너무 강하고 적당하고 너무 약했을 때 나타나는 각각의 결과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유라시아 여러 지역의 역사가 제각기 달라진 데에는 다른 요인들도 함께 작용했다. 예를 들면 중앙아시아의 기마 유목민들은 유라시아 일대에 끊임없는 위협을 가했는데, 비옥한 초승달 지대, 중국, 유럽 등 지역에 따라 그 위협의 강도가 각기 달랐다. 그중의 한 유목민 집단(몽골족)은 결국 이란과 이라크의 옛 관개 시설들을 파괴하고 말았지만, 아시아의 이들 유목 민족 중에서 헝가리 평원 너머의 서유럽 삼림 지대까지 차지한 민족은 없었다.
그 밖의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지리적으로 중간 위치에 있어서 중국 및 인도와 유럽을 잇는 교역로를 통제했다는 점, 그리고 중국은 유라시아의 다른 발전된 문명들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사실상 대륙 내의 거대한 섬과 같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중국의 상대적 고립 상태는 특히 중국이 각종 기술을 사용하다가 거부한 일들과도 관계가 깊은데, 이는 우리에게 태즈메이니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의 경우를 상기시킨다. 어쨌든 이 간략한 논의를 통하여 우리는 역사의 가장 광범위한 경향뿐만 아니라 그보다 규모가 작고 단기간에 걸친 역사의 경향에 있어서도 역시 환경적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의 역사는 현대 세계에 유익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즉, 상황은 변하는 것이며 과거의 우위가 미래의 우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교훈이다. 혹자는 이 책에서 줄곧 사용했던 지리적 추론이 현대 세계에서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는 각종 아이디어가 인터넷을 통해 즉각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또한 화물도 비행기에 실려 하룻밤 사이에 이 대륙에서 저 대륙으로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각자의 사람들 사이에도 전혀 다른 규칙들이 적용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마치 타이완, 한국, 말레이시아, 특히 일본 등 신흥 강국들이 부상하는 것도 그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전혀 다르다는 그 규칙들도 잘 살펴보면 종전 규칙의 변형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물론 1947년 미국 동부의 벨 연구소에서 발명된 트랜지스터가 단숨에 13000km를 건너뛰어 일본에서 전자 산업을 촉발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가까운 자이르나 파라과이에서는 트랜지스터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늘날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나라들도 따지고 보면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식량 생산을 바탕으로 한 옛 중심지에 편입되어 있던 지역이거나 아니면 그 같은 중심지로부터 이주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자이르나 파라과이와 달리 일본을 비롯한 신흥 강국들이 재빨리 트랜지스터를 이용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 국민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문자, 금속 기계류, 중앙 집권적 정치 체제 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식량 생산을 시작한 두 중심지(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가 아직도 현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직계 후손들의 국가(현대 중국)를 통해서든지, 일찍이 두 중심지의 영향을 받던 이웃 지역의 국가(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유럽)를 통해서든지, 아니면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는 국가(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를 통해서든지 말이다. 서하라 이남 아프리카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아메리카 원주민 등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B.C.8000년 당시의 역사가 지금도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60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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