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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다.총균쇠 2020. 8. 26. 21:41
총 균 쇠: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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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다.
알리의 질문과 관련된 다른 요인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문화적 요인과 개인의 영향력이다. 먼저 문화적 요인부터 살펴보자면, 인류의 문화적 특징들은 세계의 각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이 같은 문화적 차이의 일부는 분명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며 이 책에서도 많은 사례들을 거론했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환경과 무관하게 작용한 문화적 요인들의 이의를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그 지역만의 사소하고 일시적인 이유로 인해 별로 중요치 않은 어떤 문화적 요소가 발생했다가 그대로 굳어짐으로써 그곳 사회로 하여금 여러 가지 더 중요한 문화적 선택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가령 카오스 이론이 다른 과학 분야에도 두루 응용되듯이 말이다. 이러한 문화적 과정은 역사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한 요소이기도 하다.
한 예를 들자면, 나는 제13장에서 타자기의 쿼티 자판에 대하여 언급했었다. 각기 다르게 설계된 수많은 자판 중에서 하필 이 자판이 채택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사소한 이유들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860년대 당시 미국에서 만들어진 최초 타자기의 구조, 타자기 판매 정책, 신시내티에 속기 타자 학원을 차린 롱리라는 여자 선생이 1882년에 내린 결정, 그리고 그 롱리 선생에게서 타자를 배운 프랭크 맥거린이라는 수제자가 1888년 개최된 타자 경시대회에서 쿼티 자판을 쓰지 않은 루이스 토브라는 경쟁자를 물리쳤고 그 결과가 널리 보도된 일 등이 그것이다. 1860년~1880년대의 어느 시점에서 보더라도 다른 자판이 선택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했다. 당시의 미국이라는 환경이 다른 자판보다 쿼티 자판에 더 유리한 점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결정이 내려지자 퀴티 자판은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고, 1세기 뒤에는 컴퓨터 자판에도 채택되었다.
그리고 지금 머나먼 과거의 일이라서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중앙아메리카에서 20진법(그래서 역법도 260개의 날짜에 각각 이름을 붙여 이중으로 순환하게 하고 1년을 365일로 정하게 되었다)을 널리 사용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수메르인들이 10진법 대신 12진법(그래서 오늘날 1시간은 60분, 하루는 24시간, 1년은 12개월, 원은 360도가 되었다)을 채택한 것도 어쩌면 그처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타자기, 시계, 역법 따위의 설계 문제가 그것을 채택한 사회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만약 미국의 쿼티 자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역시 채택되지 않았다면(가령 일본이나 유럽이 그보다 훨씬 효율적인 드보르자크 자판을 채택했다면) 19세기에 이루어진 그 사소한 결정은 20세기 미국 기술의 경쟁력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중국 어린이들을 연구해 보면 수천 개의 기호가 있는 전통적 중국 문자보다 중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병음倂音, 베이징 방언에 입각한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한 방식-역주)을 가르쳤을 때 쓰기를 더 빨리 배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중국 문자가 생긴 까닭에 대해, 중국에서는 발음은 같지만 의미가 다른 낱말(동음이의어)들이 많아서 그것을 구별하는데 편리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중국어에 동음이의어가 많은 것은 중국 사회에서의 문자의 역할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유독 중국이라는 환경에서만 동음이의어가 그렇게 많이 필요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안데스의 복잡한 문명이 문자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하나의 수수께끼인데, 그것은 혹시 어떤 언어학적 요인이나 문화적 요인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도에는 엄격한 사회 경제적 계급 체제가 있어서 기술 발전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는데, 과연 인도와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 중국의 유교와 문화적 보수주의도 중국 역사에 깊은 영향을 미쳤는데, 과연 중국의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타인에게 개종을 권유하는 종교(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유럽이나 서아시아에서는 식민지 개척과 정복의 추진력으로 작용했는데 어째서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았을까?
이처럼 환경과 무관하고 처음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어떤 특이한 문화적 요소가 나중에는 큰 영향력을 가진 장기적인 문화적 특징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앞서 든 예들은 이 문제가 얼마나 폭넓은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요소들의 의의는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최선의 방법은, 중요한 환경적 요인들의 영향을 파악한 뒤에도 여전히 알쏭달쏭 한 역사적 경향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6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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